170303 연대발언: 뉴욕의 친구들에게
미국 동부 시간으로 3월 3일 금요일 오후 7시 뉴욕 맨하탄 K-town에서 열린 집회 "청춘당당"에서 대독을 통해 연대 발언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뉴욕에 계신 친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연대의 발언 전합니다. 저는 페미니스트 정당 창당 준비 모임 페미당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미섭입니다. 반갑습니다.
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 때쯤 뉴욕은 금요일 저녁이겠지요. 저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계천에서 열리는 페미니스트 행사인 "페미답게 쭉쭉간다"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뉴욕과 한국에서 같은 시간에 청춘과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저는 지난 12월 말부터 한 달 조금 넘게 뉴욕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한인 친구들도 만나고, 아주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뉴욕에 모여사는 페미니스트 친구들과 대화하고, 급기야는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미나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이 생애 첫 미주 방문이었는데요. 서울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어쩐지 뉴욕에 사는 친구들은 제 또래지만 굉장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지레 겁먹었어요. 그러나 미국 땅에서 많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제가 느낀 점은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과는 서울에 살든 뉴욕에 살든, 자국민이든 이민자이든 넓은 접점과 풍부한 공감대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실 그 대화는 별로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었어요. 제가 박근혜 얘기를 하면 뉴욕 친구들은 트럼프를 언급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는 차별이 가시화되고 가난이 심화되고, 젊은 사람에게 예전만큼 충분한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이 시대를 함께 헤쳐가는 청춘입니다. 따라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든 세상을 한탄하며 분노함으로써 공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위로만 하고 헤어지거나 술이나 퍼마시고 정신을 놓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 나갔던 시위 얘기를 나누고, 세미나를 조직하고, 뉴욕 여성 행진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활기차고 시끄러운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뉴욕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싸우는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난 경험, 그들과 함께 거리로 나간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이전에는 세 면의 바다와 한 면의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한국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뉴욕뿐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에 사는 친구라도 언제나 서로 연결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 깨달음은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절망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 지구 어디서든 희망을 가지고 외치고 춤추고 싸우고 이겨냅시다. 서울에서도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연대와 사랑을 전합니다!
심미섭 (대독 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