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발언문
2020년 7월 12일
서초구 서초동 법원대로 앞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발언문
안녕하세요. 페미당당의 미섭입니다.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
페미당당은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 단체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로부터 3년 간 저희는 굉장히 열심히 싸웠습니다.
작년 초에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것을 기억하시지요. 페미당당은 그 판결이 날 때 즈음 활동을 잠시 멈추기로 했습니다. 너무 지쳐 서로를 돌보기가 어려워졌거든요.
그리고 오늘 일 년 만에 다시 페미당당 깃발을 올렸습니다. 저기 저희 친구들이 들고 있네요. 안녕!
음, 일 년 만에 집회 장소에서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구호도 외치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며칠 전부터 고민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운동을 쉬다가 거리로 돌아오니 놀란 점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활동가들의 얼굴이 생소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름까지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입니다.
함께 행진하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저는 우리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구나. 다들 지치고 힘들어서 자신을 지키러 잠시, 어쩌면 영영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세상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폭력은 분명히 해결되었고, 또 어떤 문제는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끊임없는 진보가 있었습니다만,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시기 이후 한국의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한 사회를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매일매일이 투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일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죽고 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의 기대에 비해 사회는 굉장히 더디게 변하고, 많은 친구들이 세상에 실망하고 우울해하고... 또 그냥 포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 년 만에 이렇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우리 죽지 말고 살자는 것입니다. 며칠동안 고민해 보았는데 다른 할 얘기가 없었어요.
얘들아. 우리 죽지 말고 살아보자.
왜? 왜냐고 물으면 나야 대답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노력해보자. 세상에는 이유도 없이 하는 일들이 많잖아. 우리가 여기서 함께 싸우게 된 것처럼. 너와 내가 친구가 된 것처럼. 이유 없이.
집회 마지막에 발언자로 올라온 이상 오늘 나온 얘기들을 요약하고 분노와 격정을 끌어올려 구호를 외쳐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런 말씀을 드려 버렸네요. 여러분.
저 사실 구호를 외치는 대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요즘 계속 소리를 꽥 지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도 그럴 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혹시 다같이 소리를 막 지르거나 허공에 주먹질을 막 해보아도 괜찮을까요. 욕해도 좋고요. 그냥 함성도 괜찮고. 하나 둘 셋 하면 아무 소리나 같이 질러 주세요. 하나 둘 셋!
네. 그럼 곧 다시 거리에서 뵙겠습니다.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고맙습니다.
서초구 서초동 법원대로 앞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발언문
안녕하세요. 페미당당의 미섭입니다.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
페미당당은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 단체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로부터 3년 간 저희는 굉장히 열심히 싸웠습니다.
작년 초에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것을 기억하시지요. 페미당당은 그 판결이 날 때 즈음 활동을 잠시 멈추기로 했습니다. 너무 지쳐 서로를 돌보기가 어려워졌거든요.
그리고 오늘 일 년 만에 다시 페미당당 깃발을 올렸습니다. 저기 저희 친구들이 들고 있네요. 안녕!
음, 일 년 만에 집회 장소에서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구호도 외치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며칠 전부터 고민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운동을 쉬다가 거리로 돌아오니 놀란 점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활동가들의 얼굴이 생소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름까지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입니다.
함께 행진하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저는 우리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구나. 다들 지치고 힘들어서 자신을 지키러 잠시, 어쩌면 영영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세상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폭력은 분명히 해결되었고, 또 어떤 문제는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끊임없는 진보가 있었습니다만,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시기 이후 한국의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한 사회를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매일매일이 투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일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죽고 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의 기대에 비해 사회는 굉장히 더디게 변하고, 많은 친구들이 세상에 실망하고 우울해하고... 또 그냥 포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 년 만에 이렇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우리 죽지 말고 살자는 것입니다. 며칠동안 고민해 보았는데 다른 할 얘기가 없었어요.
얘들아. 우리 죽지 말고 살아보자.
왜? 왜냐고 물으면 나야 대답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노력해보자. 세상에는 이유도 없이 하는 일들이 많잖아. 우리가 여기서 함께 싸우게 된 것처럼. 너와 내가 친구가 된 것처럼. 이유 없이.
집회 마지막에 발언자로 올라온 이상 오늘 나온 얘기들을 요약하고 분노와 격정을 끌어올려 구호를 외쳐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런 말씀을 드려 버렸네요. 여러분.
저 사실 구호를 외치는 대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요즘 계속 소리를 꽥 지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도 그럴 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혹시 다같이 소리를 막 지르거나 허공에 주먹질을 막 해보아도 괜찮을까요. 욕해도 좋고요. 그냥 함성도 괜찮고. 하나 둘 셋 하면 아무 소리나 같이 질러 주세요. 하나 둘 셋!
네. 그럼 곧 다시 거리에서 뵙겠습니다.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