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 "Un-Scene" 연주/전시 서문: 비-현장(un-scene)의 앙상블

 

“Un-Scene Part. 1 / Part. 2”* 전시 서문

글: 심미섭

 

 

비-현장(un-scene)의 앙상블

 

 

판데믹 시대를 맞아 우리는 하지 않던 일을 한다. 재택근무처럼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이어나갈 뿐 아니라, 처음 시도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도 한다. 방에 식물을 들여 매일 물을 주거나, 러닝 어플을 깔고 동네를 뛰기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판데믹 시대에도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한다. 공연장에서나 집에서나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커다란 음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은 더는 할 수 없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여전히 삶에 함께한다. 

 

언젠가 공연장 티켓은 공중전화 카드처럼 유물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음악을 계속 만난다. 유튜브로 각종 실시간 공연을 보는 경험은 최근 더 흔해지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전에 음악은 남들과 함께하는 이벤트 속의 배경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험이 일상인 시대에도 전자음악은 낯선 존재였다. 처음 전자음악을 들으러 갔던 날의 당황이 떠오른다. 기대와는 달리 연미복을 입은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들고 핀 조명 아래로 걸어왔다. 우아하게 활을 들어 현을 긋자 끼이이익 하는 사운드가 공연장을 휘감았다. 연주회장보다는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들을 법한 소리였다. 공연장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화면 보호기 같은 영상이 떠다녔다. 두 시간의 공연 동안 사람들은 소음처럼 들리는 음에 귀 기울이고 미니멀한 움직임들에 집중했다. 곡의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언젠지도 모호했지만, 관객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음악이 마무리될 때마다 손뼉을 쳤다. 

 

상상조차 못해본 음악을 누군가는 만들고 또 듣고 있구나. 깨달음이 노이즈처럼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피아노로는 클래식 음악을, 컴퓨터로는 “댄스 음악”만을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상식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후 듣는 음악의 폭은 넓어졌고, 새로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한층 풍부해졌다. 이 경험을 나누고 싶어졌다.

 

아쉽게도 공연장에 누구든 함부로 초대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으려 한다. 손바닥 안의 화면을 통해 무대에 닿을 수 있게 된 요즘, 우리는 새로운 음악을 접하기 가장 좋은 날들을 사는 중일지도 모르니깐.

 

“Un-Scene Part. 1 / Part. 2”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공연 예술 감상법을 제시하는 연주이자 전시이다. 공연명 “Un-Scene”에는 untact 시대 언더그라운드 scene을 지켜내려는 방법을 찾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공연은 무관중으로 진행되지만 관객은 유튜브 스트리밍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혹은 편집 영상을 통해 추후에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Part. 1”에서는 다섯 명의 사운드 아티스트가 자신의 솔로 곡을 연주한 후, 곧이어 하나의 앙상블로서 합주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티스트 각각이 설치 작품을 만들어 이를 악기로 연주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자 악기는 “Part. 2”에서 공연장에 설치된다. 관객은 1인칭 시점으로 공간을 돌아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이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의 두 부분을 모두 접한 관객이라면, 하나의 작품이 연주와 설치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제시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다.

 

“Un-Scene Part. 1 / Part. 2”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전자음악 연주와 설치를 통해 관객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새로운 파장으로 채운다. 이로써 우리는 타인이 창조한 세계를 엿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것이다. 그러나 관객은 아티스트가 섬세하게 구성한 공연장이 아닌, 각자의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현장(scene) 접하게 된다.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시간과 공간이 묶여버린 시대에, 그들의 세계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현장(un-scene) 통해 연결된 연주자와 관객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앙상블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아름다워질 있지 않을까.



다섯 명의 여성 사운드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비대면 전자음악 연주/전시, 2020 12 22-23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