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팔레스타인인 해방 요구

퀴어 팔레스타인인 해방 요구* * 이 글은 @queersinpalestine 이 발표한 성명문 중 영역본인 ‘A Liberatory Demand from Queers in Palestine’을 한국어로 중역한 것이며, 원작자의 인가를 받지 않은 임의 번역문이다.  원문: https://queersinpalestine.noblogs.org/ - 영역본 중 오자가 있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부분은 타 언어(프랑스어 등) 번역본을 참고해 채워 넣었다. 영역본과 타 번역본의 내용이 같지 않을 때는 번역자 임의 판단에 따라 국역본을 완성했다.  - 한국어 번역문을 공유할 방법을 @queersinpalestine 에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개된 계정은 인스타그램 뿐인데, 접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댓글 달기가 제한되기도 했다) - 최대한 많은 곳으로 배포되기를 의도하는 성명문의 특성을 고려하여, 우선 개인 차원에서 공유한다. 따라서 원작자 요청에 인해 삭제될 수 있다.  - 오역 등에 대한 수정 요구, @queersinpalestine 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보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gosms 우리는 노동자, 학생, 농부, 부모이자 팔레스타인인으로서, 퀴어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이 글을 쓴다. 우리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의 퀴어성이 우리의 입장을 예외적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퀴어로 타자화되어온 것과 마찬가지로, 퀴어 팔레스타인인인 우리를 더욱 소외시키려는 가부장적 식민지 전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과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강간, 고문, 절단, 불구화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신체에 자행되는 끔찍한 만행과 학살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가 애도하고 조직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 요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10월 7일 이후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스라엘 정부 및 군 인사들이 수차례에 걸쳐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대량 학살이 가

230303 라디오 인터뷰: "KBS 뉴스브런치" 서울대 졸업식 피눈물 여성 성폭력 생존자 졸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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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실: 정용실의 뉴스 브런치 듣고 계신 지금 시각 11시 39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저희 매주 금요일에는 특별한 만남 가지고 있습니다.  브런치 초대석. 오늘은 전국의 졸업식이 한창이던 지난 2월에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눈에 띄는 학생 한 분이 있었습니다.  학사모를 쓴 채 얼굴에 빨간 눈물을 흘러내리는 그런 분장을 한 졸업생.  높이 든 손에는 팻말을 들고 있었는데요.  교수 성폭력 멈출 수 없나. 서울대는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하라.  그러면서 그 위에 이제 교수들의, N 교수 S 교수 신 교수 P 교수 뭐 이렇게 쭉 명단을 적었던 그 팻말을 들고 있었던 학생인데요.  얼마나 답답했으면 지금 학위 수여식을 하는 소중한 자리에 지금 가족도 오고 뭐 다 와야 되는 그런 자리에서 이런 분장을 하고 나섰을까. 오늘 직접 자리를 해주셔서 어려운 걸음 해주신 심미섭 씨 저희 인사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심미섭: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용실: 그날이 지금 저희는 이제 사진에 난 기사를 봤는데요.  학위 수여를 하는 졸업식장 이었잖아요. 심미섭: 네. 제가 철학과 석사를 졸업하는 날이었습니다. 정용실: 그렇군요. 석사 그러면 대학원을 다니신 거군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자리 아니에요? 심미섭: 그렇죠. 보통 졸업식이라고 하면은 정들어 있던 학교를 떠난다, 뭐 이런 아쉬운 의미도 있고.  그리고 드디어! 기쁘다, 이런 의미도 있는데.  사실 저는 이런 시위를 안 했으면 졸업식에 아예 안 가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후에도 짧게 말씀 드리겠지만, 저도 학내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고, 또 다른 사실 말을 못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그럴 텐데. 저나 그 자리에 있는 학생들이나 아니면 차마 참석을 못한 학생들한테 학교라는 공간이 되게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거든요.  저도 학교를 가면 되게 무섭고 누구를 마주칠까 봐 떨리고.  그런데도 어쨌든, 이 자리에 참석했든 참석하지 못했든, 다른 피해자들한테 좀 용기를 주고 싶었고.  그리고 학교가 이렇게 안

230223 취재요청: 서울대 졸업식장서 1인시위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실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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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시작)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철학과 석사생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심미섭입니다. 내일(24일 금요일) 2시 서울대학교 졸업식 현장에서 학위복을 입고, 피눈물 분장을 하고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합니다. 언론사와 언론인 선생님들의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일시/장소] 일시: 2023. 2. 24.(금) 14:00 장소: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체육관 (71동) [연락처] 심미섭 gosms1@gmail.com 010-5936-9827 [시위 내용] “서울대는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실시하라!” 서울대학교 제77회 전기 학위수여식 현장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교수 성폭력을 규탄하고,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시행합니다. 시위자인 심미섭은 당일 석사과정을 졸업하는 당사자이므로, 학위복을 입고 피눈물 분장을 한 후, 손피켓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자연대 신교수, 자연대 K교수, 경영대 P교수, 사회학과 H교수, 수의대 H교수, 서어서문학과 A교수, 음대 B교수와 C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참고:  "K, P, H, A, B.. 성폭력 교수들, 알파벳이 모자라다" https://v.daum.net/v/ AojfFXkneJ?f=p ) 그러나 서울대에서는 사건이 일어나고 공론화되어도 무시하거나, 학생들의 투쟁이 지속된 이후에야 비로소 미온적 대응을 할 뿐입니다. 학교의 이런 태도에,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외침은 공허해집니다. 용감하게 피해를 고발한 생존자는 학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폭로 이후에도 고통받습니다. 예컨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를 고발한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재판 중 2차가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는 징계위원회 서류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  “[연서명] 서울대학교는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 이행하라!”   https://docs.google.com/ forms/d/e/ 1FAI

230227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지지연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지지연설 2023년 2월 27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 앞 광장에서 페미니스트 활동그룹 페미당당의 심미섭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심상정을 뽑는 건 절실하지 않아서라고요 하지만 내가 사는 이 땅에서 심상정이 몇 퍼센트 나오는지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깊은 밤 낙태약 미프진을 구하며 전화를 돌리는 여성들에게 믿었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두려움에 고발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네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 존재조차 지워지는 성소수자들에게 심상정이란 선택지는 그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그래서 제가 심상정을 뽑는 한 표는  제 존재를 제 가치를 그리고 저의 사랑을 제 국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게 하는 그런 절실한 표입니다 여러분 바로 지금 옆에 있는 동료 시민들의 얼굴을 한번 살펴보세요 저는 이 자리에서  혐오발언을 들을 위협도 제 존재를 숨겨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지금 이 순간처럼 안전하고 어디를 가든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대선은 저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심상정이 3퍼센트가 나오는 대한민국과 심상정이 10퍼센트가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 페미니스트 성소수자인 저는 동시에 평범한 직장인이자 학생이자 딸인 저는 전혀 다른 공기를 마시며 살게 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이좋고 든든한 이웃들과 안전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 판단을 하게 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대체 누가 대통령이 될까 저도 무척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 절실합니다 3월 9일 선거 그리고 그 다음날 집 밖으로 나서면서 심상정을 지지하는  내 존재를 존중하는 이 싸움을 함께하는 그런 동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안도하고 크게 숨 들이쉴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용기내 바라며 심상정에게,  그리고 여러분 자신에게,  어쩌면 주변의 가장 절실한 그래서 가장 용감한 이들에게 한 표를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10814 "페미당당 아카이브 프로젝트" 전시 서문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페미당당 아카이브 프로젝트 2021년 8월 14일부터 29일까지 탈영역우정국 2층 서문 페미당당은 2016년 도래한 페미니즘 리부트의 흐름을 타고 여성혐오 규탄, 낙태죄 폐지, 성폭력 고발 등을 통한 사회변화에 앞장서 왔다. 페미당당의 첫 번째 활동인 “거울행동”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에 대응하는 시위이자 퍼포먼스로서, 예술의 방법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획이었다. 그 후 페미당당은 시위, 기자회견, 인터뷰, 세미나 등 기존 사회운동의 문법에 디자인, 퍼포먼스, 설치, 영상 등의 기법을 병행 혹은 융합하며 활동을 지속했다. 사회운동과 예술활동은 스스로가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에 잘 남지 않는다. 페미니즘 운동 등 여성과 소수자의 활동은 더더욱 그렇다. 페미당당의 구성원들은 페미니스트 운동/예술가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흐릿한 계보 속에서 스스로의 족적을 치열하게 기록하는 작업을 꼭 진행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지난 5년간 잃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역사를 쓰는 “페미당당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부딪친 난관은 기록의 부재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기억 속에서 무엇을 기록으로 남기고, 남기지 않을까를 결정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아카이빙의 제1 목표를 페미당당의 활동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단선적, 권위적, 남성 중심적인 기록의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우리의 기록마저 기존에 보고 배웠던 역사 기록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그 출발과 동시에 이와 같은 질문에 마주하게 되었다: 페미당당의 활동 중 어떤 것을 기록할 것인가? 어떤 매체를 통해 남겨진 기록을 모을 것인가? 활동에 대한 각자의 기억이 서로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활동을 기획하거나 이에 참여한 개인의 이름을 전면에 기록할 것인가? 혹은 기록하지 않을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에 가까이

210206 "타락천사 L'ange Noir" 전시 서문: 여자들의 혀만 남았다

 여자들의 혀만 남았다  "타락천사 L'ange Noir" 전시에 부쳐 기독교 전통 중에는 혀를 내밀어 포도주에 적신 빵을 받아먹는 의식이 있다. 신도의 몸에 성체를 영하기 위해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신과 함께하기 위해서, 우선 그의 육체를 맛보다니. 한편, 중세 유럽에서 말로 저지를 수 있는 죄악, 즉 혀의 범죄들(les péchés de la langue) 중 가장 극악한 것은 신성모독이었다. 12세기 후반부터 기독교 미술에서 혀는 언어적인 일탈을 나타내는 도상 요소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중세 후기에 들어서는 루시퍼와 같은 타락천사를 그려낼 때 혀를 강조한 이미지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이혜민, 2011, '중세의 언어폭력으로서의 신성모독', 서양중세사연구 28.) 혀는 제일 먼저 신에게 가닿는 신체 부위이면서, 그를 모욕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정두리와 조은후의 전시 "타락천사"에 대한 비평을 부탁받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실 당황했다.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품보다 그에 담을 메시지가 먼저 완성되기도 했다. 이 전시는 그야말로 세상에 "소리치는" 모습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예술가 스스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풍부한데, 비평가는 무슨 설명을 더 할 수 있을까? 부담스러움에 말을 아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막상 전시를 보고서는 마음이 바뀌었다. 오히려 그들의 혀에 대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첨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에 여성의 예술은, 특히 여성 퀴어-페미니스트의 예술은 굳이 투박하게 사회적 맥락을 나타내지 않더라도 "소리치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작업 과정부터 이미 작가가 투쟁하는 삶을 담은 서사의 연속일 뿐 아니라,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관객은 이에 대해 유독 많은 말을 얹으며 이해와 오해를 쌓아가

201222 "Un-Scene" 연주/전시 서문: 비-현장(un-scene)의 앙상블

  “Un-Scene Part. 1 / Part. 2”* 전시 서문 글: 심미섭     비-현장(un-scene)의 앙상블     판데믹 시대를 맞아 우리는 하지 않던 일을 한다. 재택근무처럼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이어나갈 뿐 아니라, 처음 시도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도 한다. 방에 식물을 들여 매일 물을 주거나, 러닝 어플을 깔고 동네를 뛰기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판데믹 시대에도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한다. 공연장에서나 집에서나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커다란 음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은 더는 할 수 없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여전히 삶에 함께한다.     언젠가 공연장 티켓은 공중전화 카드처럼 유물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음악을 계속 만난다. 유튜브로 각종 실시간 공연을 보는 경험은 최근 더 흔해지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전에 음악은 남들과 함께하는 이벤트 속의 배경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험이 일상인 시대에도 전자음악은 낯선 존재였다. 처음 전자음악을 들으러 갔던 날의 당황이 떠오른다. 기대와는 달리 연미복을 입은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들고 핀 조명 아래로 걸어왔다. 우아하게 활을 들어 현을 긋자 끼이이익 하는 사운드가 공연장을 휘감았다. 연주회장보다는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들을 법한 소리였다. 공연장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화면 보호기 같은 영상이 떠다녔다. 두 시간의 공연 동안 사람들은 소음처럼 들리는 음에 귀 기울이고 미니멀한 움직임들에 집중했다. 곡의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언젠지도 모호했지만, 관객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음악이 마무리될 때마다 손뼉을 쳤다.     상상조차 못해본 음악을 누군가는 만들고 또 듣고 있구나. 깨달음이 노이즈처럼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피아노로는 클래식 음악을, 컴퓨터로는 “댄스 음악”만을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상식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후 듣는 음

200712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발언문

2020년 7월 12일 서초구 서초동 법원대로 앞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발언문 안녕하세요. 페미당당의 미섭입니다.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 페미당당은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 단체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로부터 3년 간 저희는 굉장히 열심히 싸웠습니다. 작년 초에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것을 기억하시지요. 페미당당은 그 판결이 날 때 즈음 활동을 잠시 멈추기로 했습니다. 너무 지쳐 서로를 돌보기가 어려워졌거든요. 그리고 오늘 일 년 만에 다시 페미당당 깃발을 올렸습니다. 저기 저희 친구들이 들고 있네요. 안녕! 음, 일 년 만에 집회 장소에서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구호도 외치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며칠 전부터 고민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운동을 쉬다가 거리로 돌아오니 놀란 점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활동가들의 얼굴이 생소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름까지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입니다. 함께 행진하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저는 우리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구나. 다들 지치고 힘들어서 자신을 지키러 잠시, 어쩌면 영영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세상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폭력은 분명히 해결되었고, 또 어떤 문제는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끊임없는 진보가 있었습니다만,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시기 이후 한국의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한 사회를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매일매일이 투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일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죽고 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하지

190419 여성가족부 민원: A 주무관님께 간담회 관련해 말씀드립니다

A 주무관님 안녕하세요. 간담회 참여자 심미섭입니다.  간담회 관련해 어제 말씀드린 문제점을 글로 정리해서 다시 전달드립니다. "20대 비혼 1인가구 여성"이라는 간담회 대상이 "20-30대 비혼 남녀"로 바뀐 점에 대한 문제제기 1. 간담회 대상 범위가 바뀌었음을 참여자에게 먼저 알리고 양해를 구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참여 대상 범위 수정으로 인해, "20대 비혼 1인가구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가 사실상 취소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여성가족부의 연속 간담회 대상에 남성 단독은 "싱글대디"와 "30-40대 비혼 남성"이 있습니다. 이만큼 남성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이후 드디어 여성의 목소리도 듣는구나 싶었는데요. 갑자기 참가 대상이 "남녀"로 바뀐것은 무슨 이유에선가요? - 20대 비혼 1인가구 여성"은 그 단독으로는 "다양한 가족"의 일면으로 호명되기 어렵습니까? - 지난 여성가족부 릴레이 간담회 대상에 여성이 단독으로 들어간 경우는 "미혼모"밖에 없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이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려면 이처럼 사회적으로 분명한 약자여야만 하나요? - 심지어 이 계획대로 간담회가 진행된다면 여성가족부에서는 "30대 비혼 남성"을 대상으로 포함한 간담회를 2회 연속으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에게 "30대 비혼 남성"이 "다양한 가족" 형태 중 가장 중요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으신지 여쭙습니다. 3. "남녀"라는 표현에 대해 제안드립니다. - 공공기관에서, 특히 여성가족부에서 이런 표현을 아직도 쓰고 있다니 유감입니다.  - "남녀"라는 단어는 남성이 항상 우선적으로 호명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